노령연금을 받은 지 6년째 되던 해, A씨에게 국민연금공단 통지가 왔습니다. 24년 전에 협의이혼한 전 배우자 B씨가 분할연금을 청구했고, 공단이 혼인기간 83개월을 인정해 A씨 연금 일부를 B씨에게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씨는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결혼 3년 만에 B씨가 집을 나갔고, 그 뒤로는 사실상 남남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461 판결(조세금융신문 2026년 8월 보도)의 사건을 재구성한 예시입니다. 등장인물은 실존 인물이 아닙니다.
이혼한 지 수십 년이 지나 전 배우자가 연금을 나눠 달라고 하는 일은 생각보다 흔합니다. 분할연금은 혼인 기간 동안 함께 쌓은 연금을 이혼한 배우자도 나눠 받게 하는 제도인데, 기준이 되는 “혼인 기간”이 서류상 기간인지 실제로 함께 산 기간인지가 이 사건의 쟁점이었습니다. 법원은 실제로 함께 산 기간으로 봤고, 결과가 뒤집혔습니다.
예시 사건의 실제 결과 — 별거 기간을 빼자 5년이 안 됐다
사건의 사실관계는 이렇습니다. 두 사람은 1992년에 결혼해 2000년에 협의이혼했습니다. A씨는 1989년부터 2015년까지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2018년부터 노령연금을 받고 있었습니다. B씨가 2024년에 분할연금을 청구하자 공단은 혼인기간을 83개월로 보고 분할 비율 50%로 지급을 결정했습니다. A씨가 심사를 청구하자 국민연금심사위원회는 약 3개월을 실질적 혼인관계가 없던 기간으로 빼 80개월 정도로 인정했습니다. 그래도 5년(60개월)이 넘으니 지급은 그대로였습니다.
A씨는 행정소송을 냈습니다. B씨가 1995년에 집을 나가 별거가 시작됐으니 실제 혼인기간은 5년이 안 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서울행정법원은 주민등록 기록과 양쪽 주장을 함께 보고 1995년경 별거가 시작됐으며, 적어도 1996년 3월 이후로는 함께 살았거나 혼인관계를 유지했다고 볼 만한 교류가 없었다고 판단했습니다. 1996년 3월부터 2000년 2월 이혼까지 약 4년을 혼인기간에서 빼자, 남은 기간은 5년에 못 미쳤습니다.
결론은 A씨 승소였습니다. B씨는 분할연금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공단의 지급 처분은 위법하다는 판결입니다. 공단과 심사위원회가 서류상 기간을 중심으로 본 것을 법원이 실제 생활로 다시 계산한 셈입니다. 이 판단의 근거는 주민등록 기록이었습니다. 수십 년 전 별거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과입니다.
이 사건에서 하나 더 눈여겨볼 점은 시간입니다. 이혼은 2000년이었는데 청구는 2024년에 들어왔습니다. 분할연금은 청구하는 사람이 수급 연령이 되고 상대도 노령연금을 받고 있어야 청구할 수 있어서, 이혼하고 한참 뒤에야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혼할 때 연금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수십 년 뒤에 이런 통지가 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전 배우자가 아직 수급 연령이 아니라면, 지금은 조용해도 그 나이가 되는 해에 청구가 들어올 수 있습니다. 내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도 전 배우자의 출생연도를 기준으로 언제 청구 가능해지는지 계산해 두면 대비할 시간이 생깁니다.
| 단계 | 인정한 혼인기간 | 결과 |
|---|---|---|
| 국민연금공단 결정 | 83개월 (서류상) | 분할 비율 50%로 지급 결정 |
| 국민연금심사위원회 | 약 80개월 (약 3개월 제외) | 지급 유지 (5년 이상) |
|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461 | 1996.3~2000.2 약 4년 제외 → 5년 미만 | 요건 미충족, 공단 처분 위법 (A씨 승소) |
분할연금을 받는 조건 네 가지
분할연금을 받으려면 네 가지가 모두 맞아야 합니다. 이혼이 법적으로 성립했을 것, 연금 가입자였던 배우자의 가입기간과 혼인기간이 겹친 기간이 5년 이상일 것, 그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을 갖고 있을 것, 그리고 청구하는 본인도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했을 것입니다. 상대 배우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신청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5년은 혼인기간 전체가 아니라 “가입기간과 겹친” 기간이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배우자가 20년 가입했고 혼인이 8년이었다면 겹친 8년이 기준이 됩니다. 반대로 결혼은 10년 했어도 그중 배우자가 국민연금에 가입한 기간이 4년뿐이면 요건을 못 채웁니다. 배우자가 그 기간에 직장을 그만두고 보험료를 내지 않았거나, 납부 예외 상태였던 달은 가입기간으로 잡히지 않으니 가입증명서로 실제 납부 기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2016년 12월 29일 이후 분할연금 지급 사유가 생긴 경우에는, 실종선고나 거주불명 등록, 별거처럼 실질적인 혼인관계가 없던 기간을 공단에 신고해 혼인기간에서 뺄 수 있습니다. 예시 사건처럼 이 기간을 빼면 5년 요건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고, 5년이 넘더라도 나눠 줄 금액이 줄어듭니다. 별거나 가출 기간은 혼인기간에서 빼는 추세라는 게 이 분야 변호사들의 설명입니다.
| 조건 | 내용 | 확인할 자료 |
|---|---|---|
| 이혼 성립 | 법적으로 이혼이 완료 | 혼인관계증명서(상세) |
| 혼인기간 5년 | 배우자 가입기간과 겹친 혼인기간 5년 이상, 별거·가출 등 실질 혼인 없던 기간 제외 (2016.12.29 이후 사유) | 가입증명서, 주민등록 초본(주소 이력) |
| 상대 수급권 |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 수급권자 | 공단 조회 |
| 본인 수급 연령 | 청구하는 본인이 노령연금 수급 연령 도달 | 출생연도별 수령 나이 |
| 상대 생존 | 상대가 사망했으면 신청 불가 | — |
얼마를 나누나 — 반반이 기본, 바꾸려면 문구가 필요하다
나누는 금액은 연금 전체가 아니라 혼인기간 중 가입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입니다. 그 부분을 반씩 나누는 게 기본입니다. 공단이 안내한 예를 그대로 보면, 남편과 아내가 각각 월 100만 원을 받고 혼인기간과 가입기간이 겹친 5년 동안 쌓인 몫이 월 30만 원이라면, 아내가 분할연금을 받을 때 그 절반인 15만 원이 남편 연금에서 아내에게 넘어갑니다. 남편은 월 85만 원, 아내는 월 115만 원을 받게 됩니다.
2016년 12월 30일 이후 수급권이 생긴 경우에는 반반이 아니라 당사자 협의나 법원 판결로 비율을 바꿀 수 있습니다. 문제는 그 방법입니다. 이혼할 때 “앞으로 일체의 재산상 청구를 하지 않는다”고 적은 합의서는 분할연금 포기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게 실무입니다. 재산분할청구권과 분할연금 수급권이 별개의 권리이기 때문입니다. 비율을 정하거나 포기하려면 판결문, 조정조서, 공증받은 합의서에 “연금 분할 비율을 ○:○으로 한다”처럼 명시적으로 적혀 있어야 합니다.
이미 이혼했는데 그런 문구가 없다면 사후에도 방법이 있습니다. 한 변호사가 맡은 공무원연금 사건에서는 연금 분할 합의 없이 협의이혼한 지 10년 뒤 상대방이 분할연금을 받기 시작하자, 지급 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과 함께 가정법원에 비율을 낮추거나 0으로 하는 가사조정을 신청했습니다. 공단은 이미 이혼한 경우 조정조서나 판결문에 적힌 비율만 인정한다고 확인했다고 합니다.
청구를 당한 쪽, 청구하는 쪽이 각각 준비할 것
연금을 나눠 줘야 하는 쪽이라면 예시 사건이 길잡이입니다. 공단 결정이 나오면 국민연금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할 수 있고, 거기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습니다. 다툼의 핵심은 별거나 가출이 언제 시작됐는지를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주민등록 초본의 주소 이력이 가장 강력하고, 그 외에 따로 살았음을 보여주는 임대차 계약서, 연락이 끊겼다는 정황, 생활비를 주고받지 않은 기록 같은 것이 쓰입니다. 수십 년 전 일이라 자료가 없으면 다투기 어렵습니다. 주민등록 초본은 주소 변동 이력을 전부 포함해 발급받아야 별거 시점이 드러납니다.
청구하는 쪽이라면 혼인기간 동안 실제로 함께 살았다는 걸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주민등록상 같은 주소였던 기간, 자녀 양육 기록, 공동 생활의 흔적이 근거가 됩니다. 신청은 국민연금공단 지사에서 하고, 혼인관계증명서(상세)와 신분증이 기본 서류입니다. 승인되면 다른 노령연금처럼 매월 25일에 들어오며, 지급일과 청구 절차는 노령연금 신청 글과 같은 방식입니다.
청구에는 기한이 있습니다. 5년 안에 청구해야 한다는 시효가 있는데, 그 5년을 언제부터 세는지는 자료마다 표현이 달라 여기서 단정하지 않겠습니다. 이혼한 지 오래됐거나 전 배우자가 연금을 받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면 공단(1355)에 본인 기준으로 먼저 확인하는 게 맞습니다.
이혼을 앞두고 있다면 지금 적어 둘 것
평균 이혼 연령이 남편 50.42세, 아내 47.10세까지 올라온 지금, 이혼 협의에서 연금을 빠뜨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집과 예금은 나누면서 연금은 “나중 일”로 넘기는 것입니다. 그러면 몇 년, 몇십 년 뒤 수급 연령이 됐을 때 분할연금 청구로 다시 마주치게 됩니다. 협의이혼이라면 공증받은 합의서에, 재판이나 조정이라면 판결문·조정조서에 연금 분할 비율을 명확히 적어 두는 것이 뒷날의 다툼을 막는 방법입니다.
정리하면, 분할연금은 가입기간과 겹친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받고, 별거·가출로 실제 혼인이 없던 기간은 빠질 수 있습니다. 나누는 몫은 혼인기간에 쌓인 부분의 절반이 기본이며, 비율을 바꾸려면 명시적인 문구가 필요합니다. 전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 유족연금과의 관계는 유족연금과 노령연금 글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이 글은 공개된 판결 보도와 안내 자료를 정리한 일반 정보이며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개별 수급 여부와 금액은 국민연금공단(1355)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출처: 조세금융신문 2026.8.19 서울행정법원 2025구합461 판결 보도 / 브라보 마이 라이프 2025.8.22 「[국민연금 백문백답] ⑦이혼하면 국민연금 어떻게 되나요?」 / 로톡 「이혼분할연금, 별거기간 빠진다」





